만 26살에 넥슨의 미래를 짊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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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투자 김민국]만 26살에 넥슨의 미래를 짊어지다.


 

2004년 2월 만 26세의 CEO가 탄생, 많은 화제를 낳았다. 주인공은 넥슨의 새 CEO가 된 서원일 사장. 중소 벤처 회사가 아닌 매출액 650억원에 순이익 200억원대의 대형 게임 회사에서, 상속이나 인척 관계 등 대주주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젊은 나이에 CEO에 올랐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 되기에 충분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와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으로 대학생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게임회사. 대학경제신문에서는 넥슨의 CEO가 된 서원일 사장을 만나서 그가 CEO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보았다.

 

대학경제신문(이하 대경) : 많은 사람들이 사장님이 젊은 나이에 CEO가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자신이 왜 넥슨의 CEO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넥슨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서원일 : 넥슨은 창립한 지 꼭 10년째 됩니다. 회사에서 저에게 기대하는 것은 넥슨의 새로운 십년을 이끌어갈 열정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만큼 오히려 시장의 변화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동년배가 많은 회사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아요. 또 지금까지 넥슨이 개발자 중심의 회사였다면, 앞으로는 조직이 안정화 단계를 거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면서 경영자 쪽에도 무게 중심이 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대경 : 풍부한 해외 경험과 탁월한 외국어 실력이 CEO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경험들을 하셨는지요?

 

서원일 : 83년도부터 95년도까지 쭉 남미의 수리남에서 지냈습니다. 아버지가 상사 주재원이어서 외국인 학교에서 초중고 생활을 모두 보낸 셈이지요.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지여서 네덜란드어와 영어가 공용어입니다. 어린 시절을 모두 남미 수리남에서 보내면서, 아일랜드,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온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사귀며 국제적 감각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세계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스페인어를 배우러 스페인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영어와 스페인어는 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편이지요.

 

대경 :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생활에서 했던 어떤 경험들이 CEO가 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서원일 : 학교 다닐 때 학과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고, 남들 하는 만큼만 열심히 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요. 대신 저는 대학교 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1학년 때는 경영대 내 연극반에 있었구요, 2~3학년 때는 AIESEC(아이섹)이라는 국제경상학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4학년 때는 N-CEO라는 미래의 CEO를 꿈꾸는 학생들의 모임에서 활동을 했구요.

 

대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출자해서 개인사업자 형태로 '클럽클럽'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서울시내 4년제 대학 동아리 대부분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아 회원들을 모았는데 5천명 수준까지 회원 숫자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프리챌과 같은 강력한 솔루션과 기획력, 디자인력을 갖춘 커뮤니티 사이트를 따라잡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이트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느낀 것이 세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는 좋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파트타임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하는 애들 중에서도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애들이 있었는데 둘 다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더라구요. 일단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일에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번째는 자금 쓰는 속도를 잘 조절해야한다는 것, 특히 신생 회사의 경우는 그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신생 회사의 경우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정교한 계획이 없이 자금을 쓰면 얼마 안가 자금이 바닥나서 회사 문을 닫아야 합니다. 셋째는 출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세상 일이 다 잘 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사업에서 빠져나오는 시점과 방법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행동해야 합니다.

 


대경
: 넥슨과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셨습니까?

 

서원일 : 대학교 1학년 때 인턴사원으로 일한 것이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때 선배가 지금 네오위즈 CEO으로 계시는 박진환 사장님이지요. 그 때 넥슨의 직원이 13명 정도였는데, 상당히 역동적으로 회사가 움직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000년 8월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을 그만 두고 할 일을 찾고 있었는데, 그 때 두 가지 입사 제안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회사였는데, 입사할 때 주식도 줄 수 있다고 했고 나름대로는 매력적인 업체였습니다. 두 번째가 넥슨이었지요. 그 때 한참 고민을 했는데, 어떤 분이 결정적인 조언을 해줬습니다. '게임은 분명 한국이 경쟁력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넥슨이 더 좋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제 자신도 인턴 과정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게임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었기에 넥슨을 선택했습니다.

 

대경 : 넥슨에서 한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자신의 존재를 가장 잘 어필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요.

 

서원일 : 넥슨에 들어와서 했던 일들은 주로 해외 사업, 신규 사업기획과 관련된 일들이었습니다. 넥슨 해외 사업부에 입사해서 넥슨 아시아의 현지법인 설립하는데 참여했고, 그 외에 다양한 해외 사업분야에서 협상과 사업 기획을 맡았습니다. 지금까지 게임 회사의 해외 사업이라고 하면 우리 나라에서 만든 게임을 해외에서 수출하고 마케팅하는 것만을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형태의 수동적인 해외 사업은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외 사업은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합니다. 현지에서 게임을 발굴해서 국내에 소개하고 마케팅을 할 수도 있어야 하고, 외국 게임회사와 공동으로 게임을 개발해서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해외사업부에 있을 때 여러 시도를 해보았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그리고 넥슨의 CI를 바꾸는 작업도 했었는데요. 넥슨의 얼굴을 바꾸는 작업이어서 저에게는 매우 보람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바람의 나라`를 패키지 상품으로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바람의 나라` 건은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게임을 패키지화해서 오프라인으로 파는 사업모델으로 매출을 일으켰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초기 매출은 3억원 정도로 전체 회사의 매출규모에 비하면 1%정도 밖에 되지 않은 작은 부분이었지만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서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패키지 게임으로 만들기도 했고, 역으로 패키지 게임을 온라인으로 변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통해 실제 매출을 내는 것이 사업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매출이었지만 남이 내지 않았던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매출로 현실화시켰던 프로젝트가 다른 직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대경 : CEO로서 정말 바쁜 시간들을 보내실 것 같은데요. 여가시간에는 어떤 취미생활을 하시는 지요. 혹시 취미생활로 게임을 좋아하세요?

 

서원일 : 어렸을 때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뛰는 것도 좋아하고, 공으로 하는 것이면 축구, 야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형이 험한 수리남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다 보니 산악 자전거도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게임회사 사장이니까 당연히 게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 본 게임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은 마비노기였습니다. 저희 회사 게임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새로운 개념의 게임이면서도 재미있는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경 :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이 있나요? 또 존경할만한 CEO나 앞으로 닮고 싶은 CEO를 꼽는다면?

 

서원일 : 좋아하는 책은 Barry Nalebuff가 쓴 '전략적으로 생각하기'와 Robert Miles가 쓴 '워렌 버핏 CEO'입니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CEO는 워렌 버핏입니다. 버핏은 자신의 지주회사 아래 있는 자회사들의 CEO를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진정한 인재경영을 할 줄 아는 경영자이기 때문입니다.

 

 

대경 : 넥슨은 창립 10년을 맞아 CEO교체 뿐만 아니라 게임포털사이트인 넥슨닷컴 오픈, 새로운 개념의 롤플레잉 게임인 마비노기 출시, 해외 사업의 강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CEO가 생각하는 넥슨의 비전은 어떤 것입니까?

 

서원일 : 제가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넥슨은 바람의 나라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같이 꾸준히 캐쉬 카우가 되어주는 게임들 덕에 다소 긴장감이 풀어지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데 보수적이었던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넥슨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게임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넥슨이 자체적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획과 개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걸맞게 조직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넥슨의 미래상은 비아콤 같은 회사입니다. 비아콤은 공중파 방송인 CBS, 케이블 음악채널인 MTV,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느린 종합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그룹입니다. 저희 넥슨이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도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게임 개발 뿐만 아니라, 웹부문, 무선 부분에까지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넥슨이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대경 : 젊은 나이에 CEO가 되셨는데, 주변 사람들 특히 나이가 더 드신 분들과의 관계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신지요. 또 직원들에게 어떤 CEO로 비춰졌으면 좋겠습니까?

 

서원일 : 나이가 드신 분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분들이 저를 챙겨주시는 편이시지요. 나이가 한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으면서, 얼마 전까지 비슷한 일을 했던 동년배들이 저를 대하는데 더 어색해하고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원들이 '저 사람이라면 믿고 같이 일하고 싶어'라는 말을 듣는 CEO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적으로 보여지는 능력말고도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주어야하고, 높은 도덕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만약 제가 믿고 같이 일할 수 있는 CEO로 인식된다면 저를 어색해 했던 직원들과의 관계는 금방 개선되리라고 봅니다.

 

대경 : 마지막으로 CEO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서원일 : 학과 후배들이나 동아리 후배들을 보면 외국계 컨설팅 회사나 투자은행쪽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친구들이 부러워할만한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당장은 폼나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그 친구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강점이 있는 회사로 들어가야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넥슨의 CEO 서원일이 걸어온 길

1996. 08 ㈜넥슨 인턴사원

2000. 08 ㈜넥슨 해외사업부 입사

2000. 09 ㈜넥슨 아시아 현지법인 설립 참여

2001. 03 ㈜넥슨 CI 리뉴얼 프로젝트 진행

2001. 09 바람의 나라 패키지 상품 개발, 국내 최초 온라인 게임 패키지화 사업모델 구축

2002. 09 패키지 게임 “BnB 어드벤처” 프로젝트 착수, ㈜넥슨 패키지 게임 사업 진출

2003. 03 GDC 2003 “한국 온라인 게임시장에 대한 세션” Panelist

2003. 08 신 비즈니스 모델인 패키지 게임의 온라인 서비스를 시도한 Game on Demand 사업 진행

2003. 10 ㈜넥슨 비전 수립 프로젝트 진행

 

김민국 / kim@viptooz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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