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사주를 사는 기업을 사라!?

하락장 투자전략 - 자사주 매입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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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연초부터 4월까지 상당히 올랐던 주가지수가 5월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2,203.59에서 5월 27일 현재 기준으로 2,044.21포인트로 7.23% 하락하였고, 코스닥지수가 754.74에서 689.67로 8.62% 하락하였습니다.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쌓은 수익을 5월 한 달만에 반납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듯 합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식시장의 침체는 투자자에게 있어서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지만, 전년도 결산을 마친 기업들 중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에게는 때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으로 주주가치를 쉽게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바로 자사주 매입입니다.

윌리엄 손다이크의 “The Outsider(번역명: 현금의 재발견)”에 의하면, 탁월한 CEO들이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효과적인 자사주 매입”이 공통적으로 발견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들 중 극단적인 사례로 텔레다인의 CEO 헨리 싱글턴은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여덟 차례의 공개매수로 텔레다인이 발행한 주식을 무려 90퍼센트나 사들였습니다. 찰리 멍거의 말마따나 “아무도 자사주를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들인 적은 없었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매수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까지 이어져, 2019년 5월 27일 현재까지의 텔레다인의 주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1] 텔레다인 테크놀로지 주가(NYSE:TDY)

출처: Yahoo Finance

손다이크 책에 나오는 “아웃사이더”들의 결정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을 위해 검토해야 할 사항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기업의 사업과 현금흐름이 원활한 상태에서 (외부적인 이유 등에 의해) 주가가 크게 하락하여 자사주 매입의 매력도가 높아졌을 때만”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자사주 매입이 되는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이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로서, 그 어떤 투자자보다도 기업의 CEO가 해당 기업 또는 산업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자사주매입을 하지 않던 기업이 갑자기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면, 자사주 매입이 기업의 오너(대주주)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였을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기업의 오너나 CEO들의 경우 외부투자자들에 비해서 냉철하게 기업을 바라보지 못하는 일종의 보유효과(Endowment effect)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최근 실적이나 배당수익률, 시장의 최근 상황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비교적 명확한 것은 요즘처럼 주가가 상당히 떨어졌을 때 실적이 좋고 현금흐름도 원활한 기업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앞으로 주가가 좋아질 것이라는 “신호”로서의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국내 기업 중 최근의 주가하락을 활용하여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이 있는지를 확인해봅니다. 먼저 위의 내용들은 단순화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설정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표 1>과 같습니다.

1) 기간은 2018년 10월 1일 – 2019년 5월 27일 현재로 설정하였습니다. 2018년 상반기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 모두 상당히 하락하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2) 자사주 매입의 규모가 기업가치 대비하여 충분히 커야합니다. 임의로 시가총액의 2%정도로 설정해 보았습니다.

3) 매입하는 금액이 너무 적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2)와 마찬가지로 임의로 20억원 이상으로 설정해보았습니다.

4) 현금이 충분한, 또는 현금흐름이 원활한 기업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비교대상으로 2018년말 기준 영업현금흐름을 첨부하였습니다.

[표1] 2018년 10월-2019년 5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자사주매입 명단

출처: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FnGuide
리스트에서 흥미로운 기업들을 찾아보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기업이 동일기연입니다. 동일기연은 이전부터 자사주 매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고, 2012년은 기존에 보유한 큰 액수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도 하였습니다.

동일기연은 최근의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2018년말부터 2019년 3월까지 보유한 금융자산들을 활용하여 대량으로 자사주를 매입하였습니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기업의 성과에 대해서 적어도 대주주(보통주 69.87% 보유)는 상당히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2] 동일기연 2019년 1분기 사업보고서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시가총액 대비 3%(3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참좋은여행도 눈에 띕니다. 대중국 문제 등으로 여행업계 전체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현금흐름의 절반 가량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였습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18년말부터 2019년초까지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끝나고도, 주가가 더욱 떨어지니 2019년 5월 9일 2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발표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는 적어도 기업의 대주주인 삼천리자전거㈜가 참좋은여행의 시장가치에 비해서 본질가치가 상당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3] 참좋은여행(자기주식취득결정, 2019.05.09)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또 다른 측면에서 자사주를 현재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상대적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소각여부와 상관없이 감자를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기 때문에, 큰 액수의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그에 대한 고려를 하여 PER과 같은 비율을 산정해야 할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단순계산 PER과 자사주조정 PER의 차이가 충분히 크다면, 향후 주가가 상승할 때 “숨은 이익”에 대해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사주조정 PER에 대한 결과는 아래의 <표 2>와 같습니다.

[표2] PER(시가총액 대비 당기순이익) 대비 자사주조정PER차이

출처: FnGuide, PER이 0-50 사이 기업에 대해서만 측정/3월결산 법인들은 제외됨.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이거나 지나치게 큰 기업들을 제외하면 상위기업들의 경우 상당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특히 자사주매입을 통한 상장폐지를 시도했던 한국아트라스비엑스나, 자사주 비율이 전통적으로 매우 높은 기업으로 손꼽히는 조광피혁, 부국증권과 같은 기업의 경우 차이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자사주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투자결정에 있어서 자사주에 대하여 정확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실수를 없애는 방법은 아래의 수치 중 하단의 KRX(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PER수치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간편할 것 같습니다. FnGuide에서 제공하는 상단의 PER은 EPS 계산시 당기순이익/발행주식수로 계산하지만, KRX에서 제공하는 PER은 EPS의 계산을 발행주식수가 아닌 가중평균유통보통주로 나누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림4] 조광피혁(PER/EPS비율의 비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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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기연] 투자 체크 포인트

기업개요 전자파 차단용 필터(EMI) 제조업체
사업환경 ▷ 전자 산업은 고속화, 소형화에 따른 디지털화로 노이즈가 발생하기 때문에 EMI필터의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
▷ 선진국과 우리나라에선 전자파 및 전자파장해 검정규칙으로 EMI를 강제 규정하고 있음
경기변동 시장수요상황과 EMI의 제거 및 감쇄 기능에 따라 변동가능성이 있음
주요제품 전자부품(제품) 81.85%
산업용 13.27%
전자부품(상품) 4.88%
* 수치는 매출 비중
원재료 ▷ Ceramic Capacitor : 일본의 무라타에서 매입
▷ CORE, 철판, Enamel Wire, BRASS, Capacitor 등 : 토다이수, 중원스틸, 대한전선, 이구산업, 필코전자 등에서 매입
실적변수 ▷ 전자제품 수요 증가시 수혜
▷ 환율 상승시 영업외 수익 발생
리스크 재무건전성 ★★★★
- 부채비율 8.96%
- 유동비율 1,232.61%
- 당좌비율 265.29%
- 이자보상배율 64.28%
- 금융비용부담률 0.12%
- 자본유보율 1,177.69%
신규사업 ▷ 진행 중인 신규사업 없음

동일기연의 정보는 2022년 10월 21일에 최종 업데이트 됐습니다.

(자료 : 아이투자 www.itooza.com)

[동일기연] 한 눈에 보는 투자지표

(단위: 억원)
손익계산서 2023.12 2022.12 2021.12
매출액 252 267 261
영업이익 4 11 1
영업이익률(%) 1.7% 4.1% 0.3%
순이익(연결지배) 22 11 79
순이익률(%) 8.8% 4.2% 30.3%

(자료 : 매출액,영업이익은 K-IFRS 개별, 순이익은 K-IFRS 연결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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