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순이익을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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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인 넥클리스 권용현 교수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지금은 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제가 되는 단어는 “E(Earning)”입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의 경우 한번쯤은 꼭 듣게 되는 단어가 PER과 ROE입니다. 이 두 가지 지표는 가치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전통적인 지표이지만, 많은 가치투자자들이 한번쯤은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지표의 응용으로 볼 수 있는 PEG라든지, ROE/PER로 계산되는 네프의 법칙 등도 한번쯤은 보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다룰 기업은 KCC입니다. KCC를 고른 이유는 IFRS의 도입 이후 회계기준의 변경 등에 의해서 당기순이익이 적절한 지표인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최근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던 기업인 KCC의 사례를 통해 당기순이익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바라며, 또한 최근 기업분할을 앞두고 크게 하락한 상태인 KCC가 적절한 투자대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표 1. KCC손익계산서(2019년 3분기)

(출처: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먼저 KCC의 요약손익계산서를 살펴보았습니다. KCC의 경우 2017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차이가 유난하게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3분기의 경우 1,25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8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차이가 나기 위해서는 이자비용이 매우 크거나 하여 “지속적으로” 영업외손익에서 손실이 나야 하는데, KCC의 재무구조는 아래 재무상태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표 2. KCC 재무상태표(2019년 3분기)

(출처: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대체로 영업외손실이 영업이익 이상이 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대손상각 등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차이를 찾기 위해서는 분기보고서의 “주석” 항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주석항목 중 “금융상품 범주별 순손익”을 보면 다음과 같은 항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표 3. KCC분기보고서 주석 중 “금융상품 범주별 순손익” (2019년 3분기)

(출처: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주석에 따르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 대해서 3개월만에 922억원의 평가손실이 확인됩니다. KCC의 경우 이전부터 다양한 상장주식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와 같은 손실은 상장주식들의 주가하락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해보았습니다.

표 4. KCC기업분할에 대한 투자설명서 중 “투자위험요소” (공시일: 2019년 10월 22일)

(출처: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위의 내용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금융자산(투자자산)의 평가에 대해서 순금융손익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부분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여 회계기간 중에 보유한 상장주식의 시장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그것을 그대로 당기순손실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평가는 1) 상장주식의 가치를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은 시장가격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면이 있지만, 2) 상장주식의 시장가격의 높은 변동성이 순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에서 당기순이익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3) 당기순이익은 PER과 ROE의 전통적인 재무지표 계산에 들어가는 만큼, 이러한 지표들의 연속성 또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지게 된다고 할 것입니다.


KCC의 경우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매입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1조 5,000억원 상당과 2000년부터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 주식이 전환된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5,0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KCC의 시가총액이 약 2조 4,600억원 정도이니 기업규모에 비해서도 큰 액수로 보입니다. 결국 최근의 KCC 당기순이익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영업실적 악화에 더해서 그림 1에서 보인 바와 같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삼성물산과 한국조선해양 주가의 하락에 있었던 셈입니다.

표 5. KCC기업분할에 대한 투자설명서 중 “처분가능주식현황” (공시일: 2019년 10월 22일)

(출처: 전자공시 사업보고서)

그림 1. 삼성물산/한국조선해양 주가(2019년)


(출처: 네이버증권)

아직은 KCC의 재무상태가 심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 투자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 조달한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이 있는 만큼 가격만 적당하다면 빠르게 처분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분할이 마무리된다면 투자주식에 대한 정리도 다시 한번 고려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앞으로 투자주식이 어떻게 처분될지는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처분이 끝나기 전까지는 KCC의 당기순이익의 변동성은 시장의 변동성에 크게 좌우될 것은 분명합니다.

가치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는 투자주식이 많은 기업의 경우 기업의 본질가치의 변동과 당기순이익의 변동이 큰 차이가 있음을 유의하여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어내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문제를 자체적으로 보정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영업이익에 이자비용과 세금만을 뺀 금액을 당기순이익 대신 사용하거나 EBITDA를 활용하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유난히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최근 몇 년입니다. 2020년은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에게도 좀 더 나은 일 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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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투자 체크 포인트

기업개요 국내 최대의 건축, 산업자재 및 도료 생산업체
사업환경 ▷ 자본집약형 장치산업으로서 신규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 최근의 국내 건축시장 건축 지표에 따르면 건축자재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
▷ 세계 경제 변화에 따라 민감한 경제구조
경기변동 ▷ 대체적으로 수요산업인 건축경기에 따라 경기변동이 이루어지는 경향
주요제품 실리콘 79.27%
도료 25.41%
건자재 15.71%
기타 5.89%
연결조정 -26.28%
* 수치는 매출 비중
원재료 ▷ Xylene 외 (29.2%)
▷ 소다회 외 (32.4%)
▷ 기타 (14.4%)
* 괄호 안은 매입 비중
실적변수 ▷ 건설경기 호황시 수혜
▷ 국제유가, 환율변동에 따른 원재료 가격 하락시 수혜
리스크 재무건전성 ★★
- 부채비율 150.47%
- 유동비율 142.61%
- 당좌비율 94.90%
- 이자보상배율 4.16%
- 금융비용부담률 2.19%
- 자본유보율 10,796.91%
신규사업 ▷ 진행중인 신규사업 없음

KCC의 정보는 2022년 10월 21일에 최종 업데이트 됐습니다.

(자료 : 아이투자 www.itooza.com)

[KCC] 한 눈에 보는 투자지표

(단위: 억원)
손익계산서 2023.12 2022.12 2021.12
매출액 62,884 67,748 58,749
영업이익 3,125 4,677 3,888
영업이익률(%) 5.0% 6.9% 6.6%
순이익(연결지배) 2,127 339 -458
순이익률(%) 3.4% 0.5% -0.8%

(자료 : 매출액,영업이익은 K-IFRS 개별, 순이익은 K-IFRS 연결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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