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건 "기업가치의 추세로 매수 시점을 파악해라"

제임스 길리건은 기업가치의 추세를 파악하는 투자 대가다. 밴 캠펜 인베스트먼츠의 주식 운용팀과 60억달러에 이르는 펀드 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회사를 매 분기 지켜보며 수익을 검사한 후 기업가치의 추세가 바뀌는 굴절 시점에 주식을 매입한다. 지난 분기에 회사의 매출이 10% 줄었는데 이번 분기에 매출이 2% 감소했다면 길리건에게는 그 회사를 매수할 기회다.

길리건은 시장이 과거에 보아왔던 것들로만 주식의 가격을 매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언가 좋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회사의 추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기업의 수익과 마진을 중요한 지표로 사용한다.

제임스 길리건의 선택 '대봉엘에스'

제임스 길리건은 종목 선정 시 마진율과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둔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며,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이 양수(+)인 종목을 선호한다.

대봉엘에스는 길리건의 투자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상장사 중 하나다. 지난해 실적 기준 ROE는 13.4%로 10% 이상이고, 부채비율은 16%로 기준(100% 미만)을 넉넉히 통과한다.
 
지난해 3분기 연환산 기준(최근 4분기 합산)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7800만원으로 양수(+)를 기록했다. 대봉엘에스는 잠정실적 만을 발표하고, 사업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이자수익과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연환산 기준을 사용했다.

대봉엘에스는 1986년 원료의약품 제조기업으로 시작해 화장품 원료, 양어(광어 등) 사료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전방산업 호조로 화장품 원료 사업의 비중이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대봉엘에스의 연결 실적은 매출액이 1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고, 영업이익이 37% 증가한 2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12% 뛴 24억7500만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3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비 증가세를 지속했다.

연결 실적 발표 이래 이 회사 실적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586억원)과 영업이익(86억원), 순이익(75억원) 모두 최대치로 증가한 상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그룹')의 중국 매출 증가가 협력사인 대봉엘에스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봉엘에스는 아모레그룹에 천연화장품 원료 등 화장품 원료를 공급한다.

대봉엘에스의 대표적인 천연화장품 원료는 아모레퍼시픽과 공동 개발한 '생녹차수'다. 생녹차수는 찻잎에서 피부 개선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추출해 제조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인 '이니스프리'에서 판매되는 '그린티' 화장품 제조에 사용된다.

이니스프리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로 국내에서 관련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의 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상하이에 첫 매장을 오픈한 후 현재 매장 수를 약 90개로 늘린 상태다.  
 
화장품과 원료의약품 제조사로 다수 거래처를 확보한 점은 대봉엘에스의 실적 안정성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 고객은 화장품회사 600여개, 제약회사 150여개, 식품회사 60여개 등 총 1000여개에 이른다.



종속기업인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연결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은 매출액이 32억4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고, 순이익이 54% 뛴 14억1200만원을 기록했다. 실적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순이익률은 43.5%에 달했다.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는 화장품의 효능 테스트와 임상실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령화에 따른 기능성 화장품 수요 증가가 실적 증가에 도움이 되다. 대봉엘에스는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 지분 8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과 전일 종가 기준 대봉엘에스의 주가수익배수(PER)는 17.1배다. 과거 5년 평균인 14.3배보다 높다. 주가순자산배수(PBR)는 2.3배, 최근 ROE는 13.4%다. 각각 5년 평균인 1.49배와 10.3% 보다 높아진 상태다.

아이투자는 종속회사를 보유한 기업의 투자지표를 계산할 때 연결 지배지분 수치를 사용한다. 대봉엘에스는 잠정실적 공시에서 연결 순이익과 자본총계 전체값만을 발표하고, 지배 및 비지배를 따로 구분해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비지배지분 수치가 전체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순이익과 자본총계 전체값을 반영해 투자지표를 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