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웹소설이 돈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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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좋은 기업, 나쁜 기업, 이상한 기업' 코너는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투자자의 시각으로 살피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30대 초 젊은 연구원으로, 기업재무와 기업지배구조에 관련된 여러 편의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시작한 가치투자를 10년째 이어오며 매월 말 투자 포트폴리오를 아이투자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를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자로서 궁금한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과 이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나누는 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필명인 '넥클리스'는 목걸이처럼 다른 사람의 허전함을 채워주고 스스로도 더 빛날 수 있음을 희망하는 필자의 바램이 담겼습니다.
안녕하세요. 넥클리스입니다.

9월에 이어 10월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지만, 뭔가 조금은 아쉽게 지나가고 있는 한 달입니다. 주식시장의 출렁임도 제법 심해서 많은 분들이 주식시장에 더 머물러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비교해서 최근 들어 소외감을 느끼는 분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주가가 언제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습니다만, 시장 전체의 PER이나 PBR의 수준을 보면 아무래도 주가가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요즘과 같은 때에는 떨어질 때 얼마나 덜 떨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오를 때 얼마나 크게 오를 수 있을지에 집중하여 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에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해 온 콘텐츠 시장, 그 중에서도 웹소설과 웹툰시장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웹툰이나 웹소설 시장의 성장성은 매우 뚜렷하지만, 그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관련 기업은 매우 적었습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도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주요 수익원이라고 보기에는 작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7년 디앤씨미디어가 상장한 이후 최근 웹소설 플랫폼 회사인 문피아의 상장 준비가 진행되면서 해당 시장에 대한 관심도는 상당히 높아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표1] 콘텐츠산업 매출액 규모


웹소설 시장의 규모는 다소 불명확한 면이 있지만,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한 콘텐츠산업 전망보고서에 근거하면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시장규모만 보면 아직 다소 아쉬운 면이 있지만, 의미가 있는 점은 과거와는 달리 B2C시장이 확고하게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플랫폼 중 하나인 문피아의 경우 상위권 작가들을 기준으로 1개의 작품에서 100만회 이상의 구매수를 올리는 경우도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완결된 디다트 작가의 ‘킬 더 히어로’와 같은 작품의 경우 구매수 기준으로 350만회를 기록하여, 결제액 기준으로 약 3.5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점은, 이와 같은 시장의 성장에 따라서 전업 작가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전업 작가들의 증가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선순환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웹소설 시장의 대체적인 등단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1] 웹소설 시장의 등단구조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미 여러 작품을 쓴 작가라고 하더라도 무료연재 중 상업성 검증단계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갖는 주요한 특징인 낮은 초기비용의 효과가 극대화된 결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경영이론으로 해석하면 ‘린 스타트업’과도 흡사한 면이 있는데, ‘린 스타트업’의 특성 중에서도 ‘시장의 반응 측정’과 ‘제품의 수정’에 극도로 용이한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 작가들의 경우 독자의 지적에 따라 개연성이 떨어질 경우 연재본을 즉시 수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업로드와 피드백의 시간은 짧으면 10분에서 길어도 반나절을 넘기지 않는 편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연재물의 생산속도를 크게 끌어올리게 되며, 결과적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누적총량을 급격하게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때 대리점 시장이 붕괴하면서 없어질 것 같이 보였던 장르소설 시장이 살아날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1)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이러한 콘텐츠를 접한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충분한 지불능력이 있는 고객들로 성장했다는 점, 2) 전자결제의 편의성이 이전에 비해 증가하였고 고객의 거부감 또한 거의 없다는 점, 3) 무엇보다도 다른 여가생활들에 비해 절대적인 가격이 현저하게 낮다는 점입니다.

통상 한 작품이 1주일 5편 정도를 연재한다고 한다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은 500원에 불과하며, 5편 정도의 작품을 매일 읽는다고 해도 1주일에 2,500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웹소설 시장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영화(IPTV 기준 2,000원 안팎)에 비해서도 저렴하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구분 없이 넓은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성장의 결과가 플랫폼과 작가, 콘텐츠 제작사(출판사) 중 어느 쪽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플랫폼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카카오페이지입니다.

[그림2] 카카오페이지 매출액


카카오페이지의 매출액은 이미 1,000억원을 돌파하였으며, 2018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어 성장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특히 2016년까지 적자를 이어오다가 2017년에는 77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이미 수익창출의 초입을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표2] 카카오페이지(舊 포도트리) 2017년 손익계산서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단위: 억원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특징을 살펴보면, 대체로 시장이 형성되는 초반 기간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유명 콘텐츠를 유치하여 회원수와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에 의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콘텐츠 공급사 또는 작가들에게 있어서 보다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 이루어질 여지가 높습니다. 반면, 플랫폼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플랫폼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웹소설 시장이나 웹툰 시장의 경우 신인들의 접근이 기존의 출판시장에 비해서 용이한 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면 일부 유명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는 ‘개인’이라는 면에서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 작가들이 ‘기업’이라는 면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서 보다 ‘을’의 위치로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사항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에이전트들이나 공급사들의 등장에 따라 이러한 역학관계는 보완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콘텐츠 시장은 성장단계로서, 미래를 예측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시장의 선두기업들이 연간 두 배 이상 매출액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어디로 튀어나갈지는 정말로 하늘만이 알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10년전에 비해서 명백하게 변화한 점이 있다면, 이전에 비해서는 지금이 1) 실력 있는 작가들에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고 2) 플랫폼들에게는 투자할 돈과 의지가 있고 3) 그 콘텐츠를 사 줄 팬들에게는 작품만 훌륭하다면 기꺼이 지불할 의사와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웃어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러한 선순환의 구조가 유지된다면 웹소설/웹툰-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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